파리지앵의 커피
오 – 마이- 커피.
이건 사실이 아닐거야. 방금 날다시피 하여, 계단을 세칸을 한꺼번에 뛰다시피하여 5층 (한국으로 하면 6층)에서 내려왔겄만, – 빡 – 이마를 손바닥으로 딱 치며 외쳤다.
– Merde, mon café ! (Shit, my coffee! )
프랑스의 건물은 백년 정도 된 건물들이 많아서 엘레베이터가 없는 건물들이 다수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6층 건물에 살고 있는 경우라면 집을 나설 때 잊은게 없는지 열 두번 정도는 살피는 게 맞다. 아니면 숨가쁘게 다시 6층을 올라 물건을 가지러 가야 하니까.
오늘은 교통카드를 두고 왔다. 다시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Café doit être noir comme l’enfer, fort comme la mort et doux comme l’amour.”
“커피는 지옥처럼 검어야하고, 죽음처럼 강해야하며 사랑처럼 부드러워야한다.”
오늘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씩씩거리지만 금새 어디가서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실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16구에 있는 Holiday Café를 갈까? 이 카페는 유명한 여행 잡지 Holiday가 만든 곳으로 커피숍이라기보다는 아주 미니멀하고 클레식한 컨셉으로 만든 비스트로로 분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 분위기와 Café gourmand (카페 구흐멍- 에스프레소가 서너가지의 작은 디저트와 함께 나오는 것) 때문에 매일 발목 잡히는 곳 중 하나다.
CREAM, 쌩 마르텡 지구 근처에 살 때만 해도 주말마다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먹듯이 자주 갔는데, 이사를 온 후로는 너무 멀다. 가끔 커피만 마시러 여길 갈 수 없는거리에 있을 때 이 카페의 라떼가 너무 그리워진다.
Ob-la-di로 향한다. 파란색 바닥 타일과 무심하게 칠해놓은 벽, 말려서 꽃아놓은 안개꽃. 몇개 준비해놓지 않은 테이블과 빠리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녹차라떼, 그리고 혼자가든 둘이 가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빠리지앵의 무심함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