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 리빙] 알프스의 초록을 담은 마블 하우스
까사 리빙 2020년 8월 호 커버 스토리 월드 하우징
글 한 효정
사진 김민은
‘알프스의 초록을 담은 집’
뜨겁게 내리쬐는 토스카나 태양을 등지고 커다란 대리석 문을 열면 기대하지도 못한 건물과 정원이 이루는 황홀한 장관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된다. 지오 폰티가 1940년대 프랑스 국경 근처 보르디게라 (Bordighera) 해변가에 지었다는 다소 파격적이고 미니멀 한 빌라를 푸른 대리석으로 만들었다면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청록색의 베란다 바닥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유리창 대신 달았다는 피콕 그린의 벨벳 커튼 덕분에 쨍한 오후에도 이 그늘에는 간간히 소슬한 바람이 분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해안 도시 포르테 데이 마르미(Forte dei Marmi)는 1920년부터 부호들의 휴양지로 각광받던 곳으로 피아트 (Fiat)의 창립자 아그넬리 가문은 물론 유명 영화 배우들의 별장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 작렬하는 토스카나 태양 아래 부드럽게 발을 간지럽히는 고운 모래 사장, 티레니안 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 이를 등지고 뒤돌아보면 한 눈에 담기는 알프스 아푼 산맥까지. 이 작은 마을이 제트 세터들의 휴양지가 된 데는 이처럼 숨겨진 이유가 있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클레식카 랠리의 출발지가 되기도 하는 이 해변가 마을에 알레산드로와 그의 가족의 여름 별장은 숨겨진 에메랄드처럼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
지친 삶의 휴식처
명품 브랜드에 최고급 이탈리아 가죽을 납품하는 회사의 보나우도 (Bonaudo)의 최고 경영자로서 알레산드로 일리판디(Alessandro Ilipandi)야말로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비행기를 타고 시간을 앞서 나가는 비지니스맨이다. 그러나 3월 이탈리아 락다운(Lockdown)이 시작되기 며칠 전 그는 가족과 함께 밀라노 집을 떠나 이 별장으로 왔다. 어지럽고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국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곳은 밀라노의 아파트가 아닌 자연을 품고 있는 이 별장이라는 것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기 때문. ‘알프스의 초록’을 뜻하는 베르데 알피 (Verde Alpi) 대리석과 메탈 구조의 디테일이 건물 전체를 지탱하고 있는 이 빌라는 무겁고 육중하다는 인상 대신 토스카나 빛을 담고 바람 타, 곡선을 그리는 푸른 치마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잘 정돈된 정원 한 켠에는 목련이 꽃망울을 틔우고 성인 키만한 열대 식물들이 푸른 대리석 건물을 감싸 안은 모습은 정원이 집이 되고 집이 정원이 되는 완벽한 물아일체의 경험을 가족에게 선사하기 충분했다.
루부탱이나 입생로랑과 같은 명품 브랜드 납품하는 고급 가죽 회사의 최고 경영자인 그는 4년 전 가족 별장 용도로 이 빌라와 주변 부지를 매입했다. 1960년대 전형적인 토스카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작은 빌라였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크고 넓은 정원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밀라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용히 자연과 휴식을 만끽할 수 있도록 조성된 마을 환경이 그의 마음을 끌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그의 두 아들에게도 분명 여름 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될 터. 그는 이내 절친한 친구이자 밀라노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가구, 조명 디자이너인 빈첸조 데 코티스 (Vincenzo de Cotiis)를 떠올렸다. ‘그는 이미 밀라노 집 리모델링을 하며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을 귀담아 듣고 해석하여 아름답게 창조해주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에게 무한한 신뢰가 있었어요. 1930년대 풍의 미니멀 스타일 빌라가 좋겠다고 이야기하니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이 에메랄드 빛 대리석 빌라를 제안해왔습니다.’ 그의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었던 알레산드로는 이내 건축부터 실내 디자인, 가구까지 모든 것을 빈첸조에게 전적으로 일임했다.
– 더 많은 이야기는 까사 리빙 8월호에 실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