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일상 – 20구 Le barbouquin
런던에서는 일사병이 날 것 같은 쨍쨍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는 월요일 저녁 파리는 잘 다녀왔냐며 나를 기꺼이 반기듯 비가내리고 천둥이 치기 시작한다. 밤새 내려붓던 비는 천둥 번개를 동반하여 깜깜한 밤에 번개를 몇 번이나 내려 꽂더니 조금 잠잠해졌다.
전쟁같던 그날 밤을 지나고 화요일 나의 아침은 20구 벨빌에서 시작한다. 언뜻보면 벨빌은 복잡하고 어지럽고 지저분한 중국인 동네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곳많큼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곳도 없다. 모로코의 쿠스쿠스와 튀니지의 샌드위치, 베트남의 매콤한 소스가 들어간 샌드위치, 보분과 쌀국수, 중국 음식의 향료가 섞여 있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코스모폴리트라고 할 수 있다.
벨빌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파리의 집값에 밀리고 밀려 북쪽의 20구로 근거지를 옮겨 살아가면서 낮이면 젊은 건축가, 예술가, 스타일리스트들이 드나들며 일을 하는 곳이고, 밤이면 바쁘게 일한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낮의 벨빌은 그래피티와 멋스런 식당과 카페가 늘어서있는 Rue denoyez라는 곳을 가보면 알 수 있다. 그 곳을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는 카페 le Barbouquin은 시간이 난다면 괜찮은 책을 하나 들고 브런치나 커피를 한 잔 마시기에 참 좋은 곳이다.
- Le barbouquin
바 (Bar) 와 책 (bouquin)의 합성어 Le barbouquin
EAT DRINK & READ . 먹고 마시고 책을 읽으라.
이 카페 안은 엄청난 양의 책 때문에 지저분한듯 정신없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고, 어느 의자와 테이블도 같은 것이 없으며,
정형화된 것은 어쩐지 거부하는 듯 한데 괜한 고집으로 콧대를 세우는 파리지앵의 보보 (bobo; Bourgeois-bohème : 부르조아 보엠이라는 뜻으로 경제적으로는 우익이나, 이데올로기 적으로는 좌익 계층을 뜻하는 말)라기보다 그저 ‘난 이게 좋으니 맘에 들면 와서 즐기고 아니면 말아라’ 같은 느낌을 주는 꽤나 독특한 장소이다.
카페로도 매력있는 곳이지만 드물게도 몇 시간이고 앉아서 책을 읽고, 친구와 담소를 나누어도 눈치주지 않는 아주 자유스럽고 재밌는 공간이다.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 들러 커피를 마시고,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 해가 나면 해가 나는대로 나의 삶의 쉼표를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Le barbouquin, 1 Rue Denoyez, 75020 Paris
Open : 10am-7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