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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 삐갈 (Pigalle) 지구 18세기에 지어진 오스마니안 건물 안 길게 뻗은 복도 끝, 에그쉘 그린 색 문을 열면 장 크리스토프 오마스의 아파트가 나타난다. 존 갈리아노, 셀린느와 같은 굵직 굵직한 브랜드의 비주얼 디렉팅을 도맡았던 싱굴라 (Singular)의 대표인 그의 집을 들어서면 식물이 주인인 초록빛 거실을 마주하게 된다. 여느 공간에서 찾아보기 힘든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그리고 빈티지를 사랑하는 그가 파리 플리마켓에서 발견한 매력적이고 다양한 오브제들과 조명으로 이뤄진 보석같은 공간이다. 

공간 이야기

아파트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주방은 디자인에서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두 새로 했다. 답답하게 막혀 있던 주방 벽을 모두 터서 오픈 키친으로 만들었다. 불완전한 듯 보이는 두 개의 아치형 구조는 주방과 다른 공간을 상징적으로 분리하게 위해 그가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주방이 완성된 후에 덧붙였는데 이는 적확한 의미에서의 공간을 분리하는 파티션이라기보다 상징적 의미로서의 분리에 가깝도록 만든 것이다. 

주방은 가공되지 않은 원재료 그대로인 시멘트와 바니시를 바르지 않은 붙박이 장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오래된 수전을 놓고, 이 공간을 밝히는 유일한 벽 조명은 벨기에 브뤼셀 플리 마켓에서 구매한 빈티지 조명이다. 어떤 특별한 아티스트의 조명은 아니지만 공간의 색감을 더해 줄 뿐만 아니라 공간의 입체적 조형미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파리 쌍투앙 벼룩 시장에서 구매한 오래된 디스코텍 조명은 바테이블 위에 달았는데, 낡고 해진 느낌이 세월을 흐름을 느끼게 해줘서 오히려 구매했는데 그의 애장품 중 하나다.

주방과 출입문에서 연결된 널찍한 거실은 오후 햇살이 쏟아지도록 벽을 모두 트고 큰 유리문을 달고 자갈을 깔아 온실처럼 꾸몄다. 식물이 사는 공간에 사람이 손님이 된 것만 같은 미묘한 느낌을 주는 이 공간은 자연을 사랑하는 그가 특별히 신경 써서 꾸민 공간이다. 대리석으로 된 벽난로를 가득 채운 대리석 오브제들 역시 그가 여행을 다니면서 모은 것들로, 그 자체로 쇼윈도우 디스플레이 같기도 하고 푸른 거울 덕분에 마치 현대미술 작품과 같은 느낌을 준다. 조 콜롬보 (Joe Colombo)의 아이코닉한 빈티지 화이트 4801시리즈 의자는 그의 거실을 한층 더 멋스럽게 해준다.  

거실에서 벽난로를 마주보고 있는 곳에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멋들어지게 있는 서재 겸 손님방, 그리고 그의 방이 있다. 사실 거실과 지금의 서재 사이에는 작은 문과 파티션이 있었다. 그는 이 벽을 모두 터서 공간을 넓게 보이도록 했다. 그 때문일까 실로 이 곳에는 분리된 공간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의 방과 맞은편 손님방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은 다 열려 있고 유려하게 연결되도록 디자인했다.

 

까사 리빙 (Casa Living) 2019년 8월 호, 글 한 효정, 사진 김민은

오늘은 재즈처럼, 내일은 그림처럼 살바토리 하우스

밀라노의 솔페리노 11번가. 가브리엘레 살바토리의 아파트에는 칸딘스키와 모란디의 흔적 그리고 재즈 선율이 은은하게 스며 있다. 자연석 본연의 색과 질감을 담아내며, 여기에 유려한 곡선과 기하학 도형을 더해 완성한 133m2의 공간은 따뜻한 추상화 한 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즈 음악이 머물다 간 자리

쳇 베이커가 숨 쉬듯 쏟아내는 트럼펫 선율이 남아 있었다. 커다란 창을 통해 종일 쏟아지는 7월 햇살이 물결무늬 테라초(Terrazo) 바닥에 쏟아지면 풍요로운 색을 품은 공간이 속살을 드러내는 이곳은 대리석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살바토리(Salvatori)최고 경영자 가브리엘레 살바토리의 아파트다.  밀라노 브레다 디자인 지구 솔페리노 11번가 보피(Boffi), 데파도바(Depadova), 디모레(Dimore)갤러리와 같은 굵직 굵직한 브랜드 쇼룸이 모여있는 19세기 팔라초중정에는 살바토리의 쇼룸이,맞은편 건물 4층에는 가브리엘레의 아파트가 있다.

예술가 칸딘스키의 추상화에 영감을 얻어 완성한 이곳은 푸른 대리석을 닮은 거실의 나무 천장, 마일스데이비스의 재즈곡 « 블루 인 그린 »의 색감을 구현한 가브리엘레의 침실, 파스텔 로즈와 청회색으로 마감한 손님 방까지 면면이 경쾌한 색조 팔레트를 갖고 있다. 이는 모두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파일 언더팝 (File under pop)의 창립자이자 재즈 싱어인 조세핀아크바마(JosephineAkvama) 가 각 공간에 어울리는 재즈곡을 떠올리며 완성한 것이다. 가브리엘레역시 재즈 음악 애호가이며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즐기는지라 이곳에서는 종종 친구들과 즉흥 재즈 콘서트가 열린다.

2년 전 이웃의 초대로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선 순간 단번에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100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테라초바닥 장식이었다. 20세기 초에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정교함과 따뜻한 색감,모티프에 이내 마음을 빼앗겼다. 밀라노에 올 때마다 머물 수 있는 거처이자살바토리디자인을 ‘집’이라는따뜻한 컨텍스트에서 표현해 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와 장소라는 생각 들었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임대가 된 것을 아쉬워할 수 밖에 없었다.

“ 그 뒤로 열렬한 짝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 사는 부인에게 자주 꽃을 보냈어요 (웃음). 그런 저의 정성이 통했는지 2년 뒤에 이 곳에 거주하던 이들이 떠나고 새 임차인을 찾던 건물주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는 마침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앞둔 2017년 3월의 일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와 함께 브랜드의 쇼룸을 디자인해왔던 엘리사오시노(Elisa Ossino)의 진두지휘로 지체없이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 이후 내용은 까사 리빙 2019년 4월 호 잡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까사 리빙 2019년 4월 호 커버, 글 한 효정, 사진 김민은

깊고 고요하게 비우기의 미학

19세기 신고전주의 스타일의 이탈리아 저택을 리모델링하는 일은 일종의 비워냄이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벗겨내는 과정이었다. 부족함에 오히려 본질이 담겨 있으며,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 낡고 오래된 것에 고유한 정취가 깃든다는 와비사비 (Wabi-Sabi) 즉,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저택을 찾았다.

비어있음에도 가득 차 있다. 그 유명한 존 케이지의 4분 33초짜리 침묵의 음악을 공간으로 구현한다면 이럴까. 새의 지저귐과 광장의 소음, 수영장 정수기 모터의 산발적인 진동 소리조차 음악이 되는 이곳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풀리아에 자리한 대저택 “팔라초 다니엘라(Palazzo Daniela)”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다니엘레 가문의 5대 후손이자 현대미술 비영리 재단인 ‘카포 다르테 (Capo d’arte)’를 10년째 운영 중인 프란체스코 페트루치(Francesco Petrucci)의 어릴 적 기억 속 팔라초 다니엘레는 두꺼운 벨벳 커튼과 카펫, 화려한 천장 프레스코화와 보르도색 벽지, 로코코 스타일의 몰딩과 오브제로 가득한 곳이었다. 추억속에만 자리하던 저택이 새롭게 숨쉬 기 시작한 건 몇 해 전. 2016년 이모가 작고하면서 그에게 저택을 상속 했고 프란체스코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루도비카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을 모던하면서도 유기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에게 루도비카와 로베르토 팔롬바 부부는 빛나는 명성을 떼어 놓고서라도 따뜻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공간의 재배치와 그용도 변경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건축가였기 때문.

“실제로 팔롬바 부부는 안과 밖이라는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규정 되지 않은 ‘원석’ 같은 공간을 창조했습니다. 공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지극한 아름다움을 빚어낸 것이지요.”

그리고는 그에게는 거의 ‘치유의과정’에 가까울 정도로 강도 높은 리모델링과 본질에 집중한 복원의 과정이었노라 고백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1861년 지어진 고저택은 현대미술을 논하는 너른 장이자 로마 프랑스 아카데미 소속 아 티스트의 레지던스로, 때로는 이탈리아의 한적한 마을 풀리아를 찾는 손 님을 맞는 게스트 하우스로 재탄생했다.

 

이후 내용은 까사 리빙 2019년 4월 호 잡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까사 리빙 2019년 1월 호 커버, 글 한 효정, 사진 김민은

당신이 이 모던하면서도 미니멀한 하얀 벽의 포근한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지난 30년간 주인 없이 방치되었던 기름 방앗간이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450 m2공간 규모와 6m에 이르는 아치형 층고, 오래되어 색이 바랜 벽돌 기둥으로 어렴풋이나마 그 400년의 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는 이곳은 밀라노 베이스 부부 건축가 루도비카와 로베르토 팔롬바의 풀리아(Puglia) 별장이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온통 새카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 집은 우리에게 더는 못 참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빛을 원하고 있었던 거지요.’라며 루도비카는 회상한다.

도면을 만들고 시공을 마치는 데까지 다섯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450m2 실내 공간은 물론 안뜰과 테라스를 아우르는 300m2규모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짧은 기간이다. 모든 자재와 인력을1km 반경 이내에서 공수하는 이탈리아 전통 시공 방식인 ‘0km’를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공간이 가진 흔적과 역사를 지켜내면서 주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변화를 주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절실했던 빛을 들이기 위해 안뜰과 거실 사이를 가로막던 벽을 트고 유리문을 다니 따뜻한 지중해 햇살이 종일 쏟아졌다. 또한, 이탈리아 남부 전통 방식 그대로 실내는 물론 외부까지 회벽 마감하니 달리 많은 인공조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창문 하나도 밖으로 내지 않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3일 전에 만난 사람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심적 여유를 찾을 공간이 절실했어요. 일상에 지친 우리가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랬어요.’ (…)

이후 내용은 까사 리빙 2019년 1월 호 잡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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