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 리빙 2019년 4월 호 커버, 글 한 효정, 사진 김민은
깊고 고요하게 비우기의 미학
19세기 신고전주의 스타일의 이탈리아 저택을 리모델링하는 일은 일종의 비워냄이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벗겨내는 과정이었다. 부족함에 오히려 본질이 담겨 있으며,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 낡고 오래된 것에 고유한 정취가 깃든다는 와비사비 (Wabi-Sabi) 즉,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저택을 찾았다.
비어있음에도 가득 차 있다. 그 유명한 존 케이지의 4분 33초짜리 침묵의 음악을 공간으로 구현한다면 이럴까. 새의 지저귐과 광장의 소음, 수영장 정수기 모터의 산발적인 진동 소리조차 음악이 되는 이곳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풀리아에 자리한 대저택 “팔라초 다니엘라(Palazzo Daniela)”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다니엘레 가문의 5대 후손이자 현대미술 비영리 재단인 ‘카포 다르테 (Capo d’arte)’를 10년째 운영 중인 프란체스코 페트루치(Francesco Petrucci)의 어릴 적 기억 속 팔라초 다니엘레는 두꺼운 벨벳 커튼과 카펫, 화려한 천장 프레스코화와 보르도색 벽지, 로코코 스타일의 몰딩과 오브제로 가득한 곳이었다. 추억속에만 자리하던 저택이 새롭게 숨쉬 기 시작한 건 몇 해 전. 2016년 이모가 작고하면서 그에게 저택을 상속 했고 프란체스코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루도비카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을 모던하면서도 유기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에게 루도비카와 로베르토 팔롬바 부부는 빛나는 명성을 떼어 놓고서라도 따뜻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공간의 재배치와 그용도 변경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건축가였기 때문.
“실제로 팔롬바 부부는 안과 밖이라는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규정 되지 않은 ‘원석’ 같은 공간을 창조했습니다. 공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지극한 아름다움을 빚어낸 것이지요.”
그리고는 그에게는 거의 ‘치유의과정’에 가까울 정도로 강도 높은 리모델링과 본질에 집중한 복원의 과정이었노라 고백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1861년 지어진 고저택은 현대미술을 논하는 너른 장이자 로마 프랑스 아카데미 소속 아 티스트의 레지던스로, 때로는 이탈리아의 한적한 마을 풀리아를 찾는 손 님을 맞는 게스트 하우스로 재탄생했다.
이후 내용은 까사 리빙 2019년 4월 호 잡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